그냥 저냥 잡담

Posted: July 29, 2014 i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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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를 다시 쓰기 시작하면서 예전 직장에서 일할 때의 일을 많이 생각했다. 희노애락의 새로운 경지를 맛볼 수 있었다고나 할까.. 즐거웠던 일도 힘들었던 일도 많았지만 결론적으로 더이상 사회에서 “아이”가 아닌 “어른”임을 확실히 자각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영업직이라 수 많은 의사들을 만나야 했고, 처음 시작할 때는 겁도 많이 났다. 그런데 역시 사람사는 곳은 다 똑같은 지 어느새 적응해나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5년 반 넘게 영업직으로 일하면서 정말 많은 의사들을 만났는데, 정말 좋은 분들이 많이 계셨다. 비록 의사들에게 을의 입장이지만 그들이 정말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 많은 사람들이 배부른 자들의 허영이라고 생각하는 의사들의 데모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은 자의이든 타의이든 정말 많은 시간을 진료, 공부에 평생 할애하고 있었다. 물론 아닌 의사들도 분명 있다. 세상에 100% 선한 사람들로만 이뤄진 그룹이 어디에 있겠는가.

내가 한창 클리닉을 방문하던 시절 모 내과에 영업을 하러 들렀던 적이 있었다. 매우 사람좋아보이는 의사였고 내게 친절했으며, 간호사들과의 관계도 매우 좋아보였다. 기회가 닿아 다같이 회식하는 자리에 초대받았고 같이 즐겁게 식사를 하며 헤어지기 직전 간호사들이 다같이 화장실에 같다. (여자들은 한꺼번에 화장실에 잘 간다). 그래서 그 의사와 나는 식당밖에서 그들을 기다리며 약간의 잡담을 나눴는데, 어느 순간 난 내 귀를 의심했다.
“가슴이 참 크시네요” “네?” ” 가슴이 참 크시다구요”
나는 절대 글래머 스타일이 아닌데, 체격이 크고 그때 약간 통통했었기에 풍만하게 보이곤 했었다. 실제와는 전혀 다르게. (친구들이 나보고 복받았다며, 그렇게 속일 수 있는 것도 복이라며 ㅋ )
그 의사는 이미 자녀가 두 명 있었고, 부인이 만삭이라고 했다. 곧 셋째가 태어날 의사인데 그따위 말을 지껄이고 있는 거다. 나는 그 때 정말 정말 초 신입이었기에 머리속이 하얗게 되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게다가 잘못 대답하면 큰일날 것 같다는 생각에 “아, 네…” 라고 하고 말았다. 때마침 그 때 간호사들이 왔고 우리들은 각자 흩어졌다.
그 날은 술김에 그랬겠지 싶어서 다시 병원을 방문하였는데, 벌건 대낮에 그 인간은 또다시 그 성희롱 발언을 하는 거다. 와…. 이 놈 발정났구나 싶어서 더이상 방문하면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길로 지점장님께 전화하여 사정을 설명한 후, 더 이상 방문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한동안 지난 뒤에 전화도 왔었지만 안간다고 말했다. 그 것이 몇년간 의사를 만나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겪은 성희롱이었다.
가끔 병원에서 일어나는 성희롱, 성폭행 기사를 보면 저 병원에 대해서도 알려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나는 을, 그리고 이는 이미 몇년 전이었고… 그냥 조용히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 다음에 겪었던 병원에서의 성희롱은, 다른 지방의 모 정형외과에 환자로 갔을 때 발생했다. 그 정형외과엔 몇 년 간격으로 두 번의 진찰을 받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의사가 아니라 방사선사가 문제였다. 처음 그 병원에 갔을 때 무슨 병명으로 갔었는지 잊었으나, 그 방사선사가 조금 불쾌하다 생각했다. 자세를 말로 해주면 환자가 알아서 취하고, 엑스레이만 찍으면 되는데 너무 직접 해주는 느낌. 그러나 내가 예민했을거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고 그 뒤에는 잊고 있었다.
아.. 그러나 2012년에 교통사고를 당해 다시 병원에 갈 일이 생겼고, 그 병원에 척추 진단을 받으러 갔었다. 요추가 특히 아팠더랬다. 또다시 엑스레이를 찍어야 해서, 엑스레이 침대(?)에 누웠는데 얘가 등을 쓰다듬고 심지어 내 엉치 끝 뼈까지 만지는 거다( 대놓고 쓰다듬었다기 보다는 진찰하는 척 쓰다듬은..). 간단히 말해서 그 사람이 내 엉덩이 골 사이 바로 위의 뼈까지 만졌다고 보면 된다. 순간 정말 매우 놀랐고, 불쾌했다.
“여기가 아프다는 거죠?” “….!!!!!!!!!”
그 사람이 거기를 만질 필요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워낙 순식간이라 너 뭐하는 짓이냐고 말할 타이밍도 놓쳤다. 애가 자세비스무리하 취하라 했었는데, “니 자세가 이상하여 내가 교정해줬다. 그리고 매우 잠깐 교정만 해준거다, 아픈 곳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라고 하면 내가 할 말이 없는 상황… 그 때 정말 확신했다. 이 놈은 엑스레이 사진 교정을 핑계로 수도 없이 성희롱을 해왔겠구나.
그 뒤론 그 병원에 안갔는데, 아직도 그 병원에는 환자가 물밀듯이 밀려든다. 그 의사가 신뢰를 받는 듯 하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그 방사선사는 아직도 여자, 아니 어쩌면 젊은 여자만 열심히 만져대고 있겠지. 참고로 다른 정형외과들도 몇 번 방문하여 치료받은 적 있는데, 방사선사가 정말 멀찍이 떨어져서 취해야할 자세를 말로만 지시했다. 그동안 찍었언 모든 엑스레이는 정말 산뜻하게 끝났다.

성희롱의 기준은 매우 애매모호하여 본인이 수치심을 느낌에도 불구하고, 말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가 아니라고 말하면 피해자만 바보 되는 상황이 십중 팔구.. 내 경험에 비춰봐도 매우 은밀하여, 정말 말하기 힘들다. 어디 마땅히 말할 곳도 없다. 그런데 그 은밀한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면 그건 가해자의 잘못이 드러날 수 있다고 본다. 정말.. 사회에서 약자이고 싶지 않은데, 약자로 몰리는 상황이 싫다. 다시 이런 상황이 온다면, 내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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