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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너무 거창해서 누가 보면 내가 남자친구의 가족들에게 엄청 당한 줄 알겠다. 그건 절대 아니다. 다들 독일어 못하는 나를 도와주려 하고, 정말 손님처럼 편하게 대해 주신다. 한마디라도 더 시켜서 독일어도 교정시켜주려 하고 와도 안와도 그만이다. 그래도 한국적인 매너(?)가 발동되어 최대한 남자친구 집의 행사나, 그냥 조카들 보러갈 때에 동행해왔었다. 

 남자친구의 누나 집에는 조카가 두 명이 있는데, 아직 매우 어리다. 그들의 말은 알아듣기 매우 힘들지만 그래도 최대한 말을 들으려 노력한다. 그들은 아직 어리거니와 낯도 많이 가려서 벌써 일년을 넘게 가끔 봐왔는데도 아직도 우리 사이는 어색하다. 그래도 나는 최대한 그들에게 친절하려 노력하며, 한국다녀올 때도 선물을 사주곤 했었다. 어색하긴 해도 어설프게 내 이름을 발음하려 하는 것을 보면 참 귀엽다. 예전보다 좀 친해지는 거 같아서 기쁘기도 하고..

사건(?)의 발단은 한 보드게임이었다. 매우 단순한 게임이었으나 처음 해본 나는 – 사실 내가 보드 게임에 엄청나게 소질이 없고,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 아니나 다를까 처음부터 꼴찌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 게임에서는 주사위를 던진 후 앞으로 나아가면서 먼저 나아간 상대방의 말을 잡을 수 있다.  이 상황에서 내 남친과 조카 둘이서 팀을 먹고 나랑 남친 어머니의 말을 마구 잡았다. 내 자리는 그 날 모두가 인정한 최악의 자리(?)였는데, 뭐 최악의 자리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처음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한시간 넘도록 지는 게 뻔한 게임을 해야만 했며, 말을 잡아먹고 너무 자기들끼리 좋아하는데 엄청 약이 올랐다. 그 와중에 남친한테 나 나중에 치킨수프 먹고싶다고 넌지시 말했더니 자기는 먹기 싫다고 고개를 흔드는 거다. 여기 오기 전에 차에서도 한 번 언급했었는데… 아무튼 내가 바랬던 건, “니네들이 지금 편먹고 나만 갈궈대고 있으나 나는 그것을 참아줄터이니 너는 나중에 나에게 밥을 사라”였는데 얘는 부정적인 의사를 표현하고… 그 때부터 왠지 서러워지기 시작했다. 어린이들을 상대로 이 게임은 사기라고 주장하는 것도 웃긴 짓이고… 남친 어머니가 편을 들어주시긴 했지만 아무튼 그들은 계속 승승장구했고, 나는 결국 꼴찌를 했다. 

 집에 가는 길에, 그리고 식사하는 중에 나는 내 불만을 침묵으로 표현했다. 어이없게도 게임의 이름은 “mensch ärgere dich nicht”라고, 사람들은 너를 화나게하지 않는다? 뭐 이정도 되겠다. 이거는 애들 게임이고 아무것도 아닌 일이므로 화내지 말라는데, 나는 다음날 아침인 오늘까지도 섭섭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어제 밤에 남친이 만약 내가 기분이 상했다면 미안하다고, 나는 니가 기분나쁜지 몰랐다며 사과를 해왔다. 나는 또 쿨하게 이제는 괜찮다라고 말하긴 했는데…. 오늘까지 계속 어제 일을 생각하며 결심했다. 나는 진짜 얘네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했고, 행사 있을 때 마다 참석하려고 노력은 했으나, 이들은 결국 남이라는 거. 결혼도 안한 내가 자주 남친 가족을 보고, 그들을 팽기는 거 자체가 코미디였다.  우리 가족은 얘의 존재조차 모르는데.  부모님께 효도도 못하고 있는 이 내가 도대체 누굴 챙긴단 말인가.  노력해봤자 결국 그들은 남인데.  쓸데없는 오지랖을 부린 내 잘못이지.  진짜 별거 아닌거 가지고 민감하게 군다고 그들은 생각하겠지만, 그 상황에서 무조건 내 편이었을 내 가족이 없다는 게 갑자기 너무 서러워졌다. 여기 와서 아직 한번도 가족땜에 슬픈 적 없었는데 어제 오늘 갑자기 주체할 수 없는 슬픔과 외로움이 몰려온다..